#5 수요의 법칙

#5 수요의 법칙

Written on 08/28/2019
Hyunjin Seo

수요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려는 욕구다. 물론 능력을 갖춘 사람의 욕구다. 연봉이 4만불이며 자산이 10만불인 사람이 엘에이에 1억불짜리 빌딩을 구입하고 싶다면 수요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일반인은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테크날러지 기업의 수요가 아니다. 수요는 단순한 구입욕구가 아니라 ‘구매능력’을 갖춘 욕구이므로 만약 당신이 페라리를 구입하려다가 비싸서 포기했다면 페라리의 수요가 아니고, 프로모션을 할 때 사야지 마음먹었다면 페라리의 수요다.

수요법칙은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어떤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즉 가격과 수요량은 서로 역의 관계가 있다.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아보카도 가격이 치솟으면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다. 또한 수요는 가격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나 소득 등의 변화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또 대체재와 보완재처럼 한 상품의 수요 변화가 다른 상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대체재는 뀡 대신 닭, 어떤 재화와 유용성이 비슷해서 대채해서 쓸 수 있는 재화다.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닭고기, 석유 대신 천연가스, 밀 대신 쌀.

한 재화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가격이 오른다. 그러면 시차를 두고 대체재의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도 치솟는다. 소고기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인 돼지고기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도 상승한다. 석유 수요가 크게 늘어 가격이 급등하면 대체재인 천연가스, 석탄의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도 치솟는다. 엘에이 카운티 렌트가격이 크게 오르면, 대체재인 엘에이 외곽 아파트의 수요가 늘어나고 더불어 가격도 상승한다. 국제 농산물 시장의 대장격인 밀의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급등하면, 대체재인 옥수수와 쌀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들의 가격도 따라 오른다. 보완재는 빵 더불어 잼이나 치즈, 자동차 더불어 석유, 커피 더불어 설탕. 보완재는 서로 보완관계여서 한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면 다른 재화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다. 빵의 수요가 급격히 늘면 보완재인 잼이나 치즈 수요가 늘어나고 전 세계의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 보완재인 석유 수요가 크게 늘어나 유가가 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구 14억인 중국과 13.5억인 인도의 실질소득이 크게 증가하여 커피 섭취량이 급증하면 커피 수요뿐만 아니라 보완재인 설탕의 수요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사탕수수나 사탕무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칠레의 한 부부가 폐식용유를 자동차 연료통에 넣고 195일 동안 미국에서 칠레까지 3만 마일을 여행했다고 한다. 옥수수기름으로도 자동차가 달린다. 국제 곡물 중 가장 수요가 많은 것은 쌀도 밀도 아닌 옥수수다. 자, 옥수수의 정치학을 엿보자. 경제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말이다. 미국 중서부의 콘벨트 지역은 세계 제일의 옥수수 재배지역으로 일본 땅덩어리보다 넓은 이곳에서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0%가 생산되고 그중 66%가 수출된다. 콘벨트 지역은 미국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콘벨트 지역 중 하나인 아이오와 주는 미국 대통령 후보경선이 첫번째로 시작되는 곳이다. 선서에서 기선제압은 매우 중요하므로 대선후보들은 아이오와 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정부, 정치인들은 콘벨트의 거대한 옥수수 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옥수수 수요를 어떻게든 늘려야 한다.

1. 먹어서 없애자. 밀이나 포도 대신 옥수수! - 옥수수는 팝콘, 옥수수 튀김기름으로도 먹지만 옥수수로 버번위스키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2. 사탕수수 대신 옥수수 - 옥수수로 만든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저렴해서 아이스크림, 콜라, 각종 음료에 들어간다. 과다섭취 하면 건강에 해롭다고 밝혀졌다.

3. 풀 대신 옥수수 – 소 한 마리는 하루에 12kg의 옥수수를 먹어대고 미국은 소를 1억 마리 이상 키운다. 엄청난 옥수수가 풀 대신 소의 먹이로 제공되는 셈이다. 그런데 소가 풀이 아닌 곡물을 먹으니 소화가 잘되지 않아 위산과다로 위에 구멍이 날 수 있다. 그래서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는 사례가 종종 드러난다.

4. 석유 대신 옥수수 – 부시 대통령은 2007년에 앞으로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대부분을 석유 에너지의 대체재 중 하나인 바이오에탄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옥수수를 키워 바이오에탄올 1리터 만드는 생산비는 리터당 0.3불(배럴당 약 50불)로 석유 1리터 가격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에탄올 1리터를 만드는 데 석유 1리터가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거대한 옥수수 밭을 유지하고 경작하는 데 따른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다.

수요법칙에 따르면 한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난다. 그런데 이 수요법칙의 예외들이 있다.

기펜재는 가격이 내리는데도 가치가 휠씬 더 떨어져 수요가 오히려 줄어든다. 고무, 석탄 등이 그렇다. 요즘 의복 생산에서 고무 사용의 비중과 석탄을 연료로 하는 설비 등은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위풍재는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재화다. 명품가방이나 고급 자동차 등 과시를 위해 소비되는 재화들이 위풍재다. 학군이 좋은 고급 주택지나 우량 주식도 가격이 오름에도 수요가 줄지 않고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정상재는 실질소득이 늘어나면 수요가 늘어나는 재화다. 예로 와인은 소득 증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정상재다. 반면 열등재는 실질 소득이 늘어나면 오히려 수요가 감소한다. 소주는 소득이 크게 늘수록 수요가 감소하는 열등재라고 볼 수 있다. 기펜재도 열등재에 속하지만 열등재는 소득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고, 기펜재는 가격이 내리는데도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좀 다르다.